작성자: 강수민 인턴
한빛미디어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2주 째.
이제 어느덧 나의 여름방학, 그리고 인턴십의 절반이 끝났다.
매일 7시 반쯤에 출근해서 5시 반에 퇴근을 하는 하루 일과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이제 막 적응을 하고 재밌는 일들을 맡게 된 것 같은데 이곳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이쯤에서 첫 블로그 포스트를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많이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느낀 한빛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가기로 했다.
▲첫 출근한 날 유 과장님과 함께 ^^
처음 한빛미디어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레고 들떴지만 걱정이 앞섰다. 외국에서는 은행 인사부에서도 인턴십을 해보고 신문사에서도 일을 해보았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았기에 많이 떨렸다. 물론 미국에 있을 때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이 낯설지않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 출판사라는 곳이 두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한국의 문화라던가, 정서적인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긴장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20살이라는 내 나이는 내가 느끼기에도 많이 어리고 부족했다. 내가 정작 이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첫날도 역시 그 생각뿐이었다. 출근길 내내 한껏 긴장된 마음을 뒤로하고 겨우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한빛비즈로 들어서는 그 순간에도, 처음 조 상무님 사무실에 들어가 인사를 드릴 때에도 내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되었다.
내가 근심 걱정이 가득한 게 티가 났었는지, 조 상무님이 계속 말을 걸어주시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에 상무님은 내가 걱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향해 답을 건네주시듯 말씀하셨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적 차이가 있음을 한빛에서 느낄 거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배웠으면 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일을 하는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관계를 이어 나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씀하셨다. 회사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리며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 내 나이 또래에 다른 학생들은 느껴보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고, 나중에 어디에 가서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될 값진 배움이라고 하셨다.
상무님과 이 말씀을 나눈 후로부터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었고, 한결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초점은 “내가 하게 될 일" 이 아닌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 이 되었다.
물론 처음 며칠간의 하루는 너무 길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을뿐더러 처음 만난 사람들과 앉아서 점심을 먹는 것도 어색하고 낯설었다. 3주가 너무 느리게 갈 것만 같았고,생각은 또 많아졌다. 그러나 그 걱정도 잠시, 맡은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한빛비즈 식구들과 마주 앉아 여러 번 점심을 먹다 보니 어느새 일이 재미있어졌고 점심시간은 너무나도 즐거워졌다. (회사 근처에 은근히 맛집들이 많다! )
▲첫째 날 회식 때 정신없이 먹었던 '서서갈비'
▲한빛비즈 식구들
2주가 지난 지금 조 상무님의 말씀을 한번 더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한빛에서 일하면서 내가 정말 한국의 회사 문화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배웠을까? 내가 정확히 어떤 것을 배웠다고 정의하긴 어렵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은 한빛에서의 사회생활은 내가 예상했던 한국의 사회생활과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 드라마에서 봐왔던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나 지루하게 일만 하는 직원들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고, 외국 회사를 다니면서 봐왔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팀 내 분위기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정말 따뜻하다. 일 때문에 바쁘거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 두 번은 새로 들어온 인턴을 챙겨주지 못할 만도 한데, 나는 한빛에서 한 번도 점심을 혼자 먹었던 적이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친동생 챙기듯이 아침마다 먹을 것을 챙겨주시고, 점심이 끝나면 달콤한 사탕과 마이쮸를 건네주시는 분도 계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빛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여유롭다.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한빛비즈 사람들은 아무리 일 때문에 바빠도 하루에 몇 분씩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건네며 4층 특유의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입사한지 이틀째 되는 날 퇴근하기 바로 전, 나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서 “한빛 가족” 에게 전체 이메일로 인사말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기대도 안 했던 회신 이메일이 여러 통 와있었다. 마주치면 꼭 인사하자는 글부터 기회가 되면 식사를 같이 하자는 분까지,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인사멘트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일 때문에 바쁨에도 불구하고 답장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감사했다.
▲점심시간 때 카페에서 끝내 풀지 못한 하노이 탑 퍼즐
이 글을 마치는 지금, 내가 한빛에서 일한 지 아직 2주밖에 안돼서 좋은 점만 보이나 싶기도 하고, 내가 분위기를 잘못 파악한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이 인턴이 보는 한빛은 내가 경험해본 다른 회사나 커뮤니티들과는 달리 소신 있게 한빛만의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전진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다.
기본적으로 책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이 같아서인지, 아니면 한빛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만 뽑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출판계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환경 속에서 이 사람들과 계속 일을 한다면 몇년간 참 행복한 회사생활을 경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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