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을 참관한 양대리를 소개합니다.~
한빛미디어의 에디터로 관심사가 잡다하며, 좋은 콘텐츠로 독자와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9년째 변함없이 이어가는 여행팀 양00 대리입니다.
(참고로 양대리는 지난날 한빛 옥외 광고 설치 때 바람세기를 증명하신 분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ㅋ)
https://blog.hanbit.co.kr/217?category=586120
자, 그럼 양대리의 에테보리 도서전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나는야 양대리 ㅋㅋㅋㅋ)
프랑크푸르트나 런던, 아니면 파리와 볼로냐 국제도서전에 대해서는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비교적 다양하지만
예테보리 도서전이라 하면 우선 지명부터 낯설 수 있는데요.
예테보리는 우리로 치면 규모나 위상 면에서 여러 모로 부산 같은 스웨덴 제 2의 도시로, 1985년부터 개최된
예테보리 도서전은 북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이에요.
특히 올해는 스웨덴&대한민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어 국내 출판계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전시장 규모도 훨씬 컸고
부스, 세미나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곳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어
꼼꼼히 보려면 전 일정인 4일 내내 봐도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출발 전 필히 홍삼을 챙기라던 주변의 조언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것이지요...)
북유럽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인 장르물에 대한 높은 수요와 관심을 반영하듯
하퍼콜린스 노르딕, 노르스테츠, 보니예르 등 대형 출판사들도
로맨스와 범죄소설, 판타지 등 장르문학 브랜드 부스를 크게 배치하고
작가와의 이벤트를 활발하게 열고 있었습니다.
도서전 참관 외 이번 프로그램의 다른 한 축이었던
오디오북과 관련해 도서전 이전에 방문했던 스타트업 업체인
스토리텔과 북비트의 부스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물성을 지니지 않은 매체 특성상 개별 타이틀보다는 자신들의 서비스 플랫폼 자체를 홍보하는
이벤트와 부스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대망의(?) 한국관은 전시장 정문을 기준으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인간과 인간성(Human & Jumanity)을 큰 테마로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젠더와 노동’, ‘시간의 공동체’ 등
6개의 소주제를 내걸고, 66개의 검정색 의자와 관련
도서 131종을 마치 현대미술의 설치 작품처럼 전시해두었습니다.
테이지는 바닥이 1도 기울어졌는데, 바로 의식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형태로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라는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 작가의 컨셉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예테보리 도서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번 참관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세미나 참석이었습니다.
첫 번째 세미나는
한강 작가와 진은영 시인이 이민자 출신의 스웨덴 시인 아테나 페로크자드(Athena Farrokhzad)와 함께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분리될 수 없다는 동의로 시작해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 예테보리에서 있었던 화재 사건 등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던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했고
두 번째 세미나는
한국 사회나 작가와는 접점이 없었지만 우리보다
문화적으로 먼저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된 문화권에서의 시각이나
문제의식을 알 수 있는 다양한 패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인간의 조건" 세션에서는
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을 ‘한’과 ‘유교’라는 코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테보리 도서전은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면서도 진지하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도서전을 참관하며 들었던 소감은
제가 (저도 모르게) 과소평가했을 뿐 한국 문화와
한국 문학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막연히 북유럽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없을 거라 단정 지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의외로 높았습니다.
물론 주빈국가라 더 그랬겠지만 도서전이 열렸던 예테보리 외의 지역에서도
서점과 쇼핑몰에 방탄소년단(BTS) 등 K-팝 관련 도서와 K-뷰티 코너가 따로 있는 걸 보고 내심 놀랐습니다.
바고 대사도 지적했듯 우리가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편집자 이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의 바람으로 급 마무리를 지어봅니다.